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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김장하던 날

환갑기념으로 중국여행을 가시기로 한 이모의 갑작스런 호출.
이모 친구분이 밭에서 배추를 뽑아서 직접 집까지 가져다주었다는거, 고로 중국가기전에 김장을 마무리 해야한다는 이야기.
솔직히 아직 한번도 제대로 "김장"이라는것을 해보지 않은 나로선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는거...
예전에 엄마가 계실때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았던지라, 그 이후에 이모에게 김치를 얻어 먹으면서도 언제가 김장 다 끝나면 가서 김치통만 들고오는 철딱서니없는 조카딸이었던셈.

금욜 저녁먹은후 8시 경부터 시작된 김장작업.
지져스. ㅠㅠ
푸대자루에서 배추를 꺼내고 자르고, 소금으로 절이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무채썰기, 파썰기, 갓김치 썰기...온갖것들을 준비하는데 내 몸은 이미 천근만근...윽
그나마 이모가 마늘도 까놓고, 생강도 갈아놓고 다 정리를 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할게 왜 그리도 많은겨!!!!
그 중간중간 조카랑 놀아주기..3살짜리 조카랑은 대화가 통하는지라 당췌 안놀아줄수가 없었다는..
그리고는 겨우 새벽 1시쯤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 사촌동생이 들어왔다. 왜 이제왔어!!!!!!!!!!!!!!!!!!!!!!
이단옆차기 몇번 날려주고 이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허리는 움직이지도 않아..흑흑
새벽에 배추 뒤집어줘야 한다는 이모의 잠결의 말을 못 들은척;;;;
결국 이모가 뒤집어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도 못먹었는데 울 이모 배추 씻으라고 해서 반팔차림에 고무장갑 하나만 끼고 베란다에서 배추 씻고...나 이러다가 죽어!!! 라는 말을 뱉을라는데 빨리 밥 먹으러 나가게 씻으라고 뭐라해서 나 그냥 대충 모자쓰고 나갈래. 했더니...울 올케왈. 고모, 거기 대충입고 가면 안되는데...그랜드 피아노도 있고..막 이러는건 또 뭐야..ㅠㅠ
허리 휘는 과정에 그냥 머리만 좀 감을라고 했드니 옆에서 화장하라고 하고, 밥 먹고와서 또 김장 마무리 해야하는데 왜 화장을 하라는거야..ㅠㅠ
점심은 근사하게 먹었지만 집에 갈 일이 끔찍하구나, 고모님이랑 작은아버지 식구들은 설마 밥만 먹고 가버릴줄 몰랐어;;; 그래도 잠깐 들러서 속이라도 좀 넣어줄지 알았지..흑흑
거기에 내 동생도 밥만 먹고 가버렸어. 죽일넘.
그래서 결국 올케랑 나랑 사촌동생이랑 셋이 했다. 사촌동생 한넘은 허리아프다고 방에서 뒹굴거리고, 나도 허리아파..제길..
30포기 열심히 속 넣고 김치통에 팍팍 챙겨담고보니 마무리가 보이는구나. 다행이 설거지는 울 이모가 했다.
그 중에 울 이모 디카 사용법 알려줘야지. 이모 여행 짐 챙기는거 하나하나 다 해드려야지. 조카들 밥 먹였지;;;
저녁 9시쯤 외곽순환 밟는데 오른쪽 허벅지가 후달거려서 간신히 집에 왔다는...

이제 김장이 무서워.
그치만 종류별로 김치통 받아서 오고나니 기쁘기 그지없구낭. 크아~~
김장을 하고보니 또 슬슬 불어오는 뽐뿌. 김치냉장고!!!
갖고싶어. 갖고싶어. 어제 혼잣말로 김치냉장고 갖고싶은데 어카지? 이러다가 아, 시집을 가면 되는구나...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얘는 위니아 딤체. 165만원이란다. ㄷㄷㄷ
이게 자리도 차지하지 않고 이쁘기도 해서 탐이 나지만 집에 있는 냉장고도 늘 텅텅 비어있는 주제에 무슨 김치냉장고를 사겠다는건지;;;;
울 동네서 세일하는 49만원짜리나 한번 생각해 볼까?
아, 싼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김치냉장고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