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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재수없으쎄여?

우리집은 경기도 양주랍니다.
덕정역이라고 들어보셨쎄요?
의정부역에서 4번째 정거장이랍니다. 올해 지하철이 동두천을 지나, 소요산까지 뚫린거 아시나요?
덕정역에 내려서 집까지 가는 마을버스는 2대뿐이에요. 그 중에 한대는 밤 10시 30분이면 끊겨요.
아, 그리고 저는 회사가 끝나면 종각에 있는 시사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참고로 회사는 수유역.
회사에 가려면, 마을버스 --> 지하철 1호선--> 지하철 4호선, 이 순으로 타고갑니다.
학원이 끝나면 종각역이 1호선인지라 한번만 타면 되지만 이게 몇대 없어서 시간을 잘 맞춰야 해요. 그리고 순수하게 지하철 시간만 대략 55분 정도. 그리고 마을버스를 타고가요.
뭐, 이건 기본인지라 그리 큰 문제는 아니거든요.
문제는 출근할 때 마을버스와, 덕정역에서 오는 지하철의 시간.
요즘 피곤해서 5분만 5분만 이러면서 계속 늦게 나오는 덕에 7시 55분쯤에 타야하는 마을버스를 계속 놓치고 있어요. 그덕에 8시 16분 인천행 급행 지하철을 계속 놓치고 있답니다. 그럼 그 다음차 24분차를 타면 되니깐 부지런히 다음 버스를 기다려요. 보통 8시 7-8분경에 버스가 오고 바로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24분차는 늘 널널하게 타게되는데 어제, 버스가 10분에 도착했어요. 근데 이 버스가 안가는거에요. 안그래도 3-4분이나 늦게 온 차 때문에 불안불안 했는데 아저씨가 도통 갈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그래서 아줌마처럼 "아저씨 왜 안가요?" 라고 물었더니만 이 차가 원래 15분에 출발하는 차라고 하는거에요. 아니, 내가 양주에 오래살지는 않았지만, 근 5개월 넘게 버스를 타면서 몇시 몇분에 도착하는 버스는 봤어도 몇분에 맞춰서 출발하는 차는 첨인지라, 원래 버스들이 지하철 시간이랑 연계되어서 운행되는게 아니냐고 물었더니만, 이 아저씨 상당히 고깝게 여기고 뭐라고 하길래, 그냥 입을 닫아버렸어요. 말하면 싸움밖에 더 될까 싶어서 가만히 있었더니만 16분에 출발하면서도 중간에 사람들이 손짓하면 다 서주더군요.(브라보~~이건, 시골 동네에 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어디서나 내가 사는 곳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주는 동네버스랍니다.)
그러더니 저의 말이 상당히 거슬렸는지 그때부터 이 아저씨의 거북이 운행덕에 차에 타고 있던 모든 직장인들은 8시 24분 지하철을 놓치고 말았답니다. 사실 16분에 출발해도 정상속도 50킬로로만 달렸어도 24분차는 탈 수 있거든요. 근데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26분. 그 덕에 8시 38분 차를 탔고 회사는 20분 지각을 했어요. 짝짝짝!!!
이 버스 운전사 아저씨께 감사할 방법이 없나 잠시 심각하게 생각했을 정도랍니다. -_-
출근시간이라 덕정역에서 아침 8시에는 지하철이 자그마치 5대나 와요. 8시 5분, 16분(급행), 24분, 38분, 52분.
그러니깐 덕정역에서 시간 모르고 어영부영 나왔다간 지각하기 쉽상이에요.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을 꿰고 있는 편이라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달리는 사람들 보고 같이 뛰면 되거든요.
그렇게 어제는 시작부터 재수없는 일 천지더군요. 그래서 아직 가지 않은 여름 휴가 계획이 아침의 사건으로 도저히 내키지 않아서 예약한걸 캔슬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답니다. (전 이번 휴가때 뭘해야 하는 걸까요? ㅠㅠ)
그리고 어제는 네이티브 1단계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내가 배운 선생님이 아닌, 전혀 모르는 일본인 선생님과 말하기 테스트여서 시험시간도 예약해야 했고, 쓰기 시험이 아닌 말하기 시험이 처음인지라 정말 이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어요. 회사가면 공부좀 해야지 맘 먹었는데(추석때는 내내 놀고말야...) 아침부터 너무 좋은일들만 계속 터져서 도저히 공부할 상황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길 찾는거랑, 내가 입고 있는 옷과 악세사리 설명하는것과(일본어는 상의 하의, 이 모든게 표현이 달라서 거기에 색깔을 다 표현해야 해서..) 집에 가는 방법 3가지만 한번씩 해보고 시험을 쳤는데, 이건 무슨, 단어는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왜 내가 연습한건 묻지도 않고 한번도 들춰보지 않은 그림을 보고 상황을 설명하라니...(어떤 여자가 파티에 갔는데 파트너의 키가 작아서 표정이 좋지 않은 그림을 보며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거에요....이런 된장) 말도 안되는 말들 주절거리다가 나왔더니만, 어쩌자고 시간 예약을 잘못해서 우리반 사람들은 다 같은 장소에서 봤는데 나하고 예약하는 날 결석한 친구걸 대신 내가 예약하면서 같이 몰린 친구와 20살짜리 귀연 소녀만 다른 반에 껴서 셤을 봤다는...그래서 다른 우리반 친구들은 2-3개 물어봤다고 하는데 난 거의 10개도 더 물어보더라는....왜 일본어를 하냐부터 시작해서 일본어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만, 누구꺼 보고싶냐, 한국어로 번역된건 뭐가 있냐 이런거 막 물어보더니만, 회사에선 어떤 일을 하냐고 묻고, 어디서 살고프냐고 묻고(마치 아침의 사건들을 알고 있는냥)  주변환경은 어떠냐고 묻고, 쇼핑하긴 좋냐고 묻고, 뭘 그다지도 많이 묻냐고요.....문제는 내가 왜 말도 안되는 단어들을 써서 표현을 했냐는 거다? 정말 머리속이 하얗게 되면서 기본적인 키가 작아서 라는 말도 엉뚱한 단어로 썼으니...나 미친거 아냐? 이러면서...ㅠㅠ
암튼 어제는 최근들어 가장 흥분된 날이었어요. 이런 날들이 한동안 지속되면 전 아마도 머리에 꽃단 언니들이랑 함께 놀아야 할지도 모르겠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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