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X GF1 / by. mimic
경복궁 야경을 찍으러 간 날,
비가 내렸고, 날이 추웠고, 배가 고팠다.
비가 내려서 사람들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을 넘어선 인파에 놀랐다.
전국민의 포토그래퍼화, 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 삼각대와 거대한 카메라의 향연.
아저씨 아줌마들이 유독 많았고,
아저씨 아줌마들의 카메라는 대단했다.
야경이었던 관계로 모두 선점해서 자리를 잡는것이 중요했다.
시간별로 빛의 색이 달라지므로 야경을 찍기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나는 사진찍기를 잘하기는 글러먹었다.
겨우겨우 자리잡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뷰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당신의 카메라에 걸린다며 뒤로 빼라고 하셨다.
한장만 찍고 빠질께요. 1분도 안걸려요. 라고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끝끝내 내게 한장의 사진찍을 기회도 주지 않으셨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사진찍기, 그런거라면 찍지말아야겠다.
날이 추웠지만 처음으로 야경을 찍으러 간거라 포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차피 사진찍을 시간이 대충 정해져 있는데
왜 우리는 밥도 굶고 그렇게 몇시간을 버티고 있어야만 했던걸까? ㅠㅠ
난 굶으면 포악해져. 배고프면 성질난다고,
이로써 첫번째 야경사진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안찍을거야.
내게 한장의 사진조차도 찍을 기회를 주지 않았던 그 할아버지는 내 카메라가 작고 예뻐서 무시했던걸까?
할아버지 카메라보다는 내 카메라가 더 위대하다구!! 쳇
재미없어진 사진놀이.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야.
2011. 5. 21일의 지난 일기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