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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가끔은...

어제 부산사는 친구가 서울에 왔다. 1년에 두 번 밖에 오지 않는데 여차해서 약속이 있을 경우는 참으로 난감 할 때가 많다.(먼데서 온 친구를 못 만나는건 맘에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먼저한 약속을 취소하는 건 이래저래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다행이도 어제는 약속이 부득이하게 취소가 되어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김포 사는 아이 둘 딸린 친구는 나오기 힘들다며 그 멀고도 먼 원당사거리까지 내방하길 원했고, 부산서 온 친구도 친정집이 그 근처인터라 그러마, 하고 언제 어디서 서버릴지 모르는 나의 애마를 끌고 가는 길은 정녕, 험난의 연속이었다. 정말 징하게도 밀리는 서울의 교통 정체를 어쩌면 좋단말이냐...-_- 암튼 그 대공항에 빠진 도로를 간신히 빠져 나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약속시간을 30분이나 지나있었다. ㅜㅜ 내가 젤로 싫어하는 게 약속시간 어기는 건데...
떠들썩한 식당에는 이미 친구들이 도착해 있었고, 김포사는 나의 친구 아들과 딸내미도 함께였다. 친구 아들 녀석은 워낙 내가 이뻐 하는 걸 알고 있고, 정확하게 나의 이름을 부르며 고모라는 호칭을 넣어준다.(이 녀석의 친분으론, 고모가 더 가깝기 때문에 날 고모라 부른다.) 근데 딸내미는 아직 어려서인지 내가 누구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모양이다. 날 가리키며 가방 사준 이모!! 라고는 해 주었으나, 그 때부터 나를 또 다른 친구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계속 유빈이는 왜 안 데리고 왔냐고 물어보고(유빈이는 또 다른 친구의 딸), 또 유빈이는 몇 살이지? 라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ㅡㅡ;;;;; 이제 나는, 친구들의 자식들에게 처녀 이모나 고모로는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이냐? 진정?? 이럴 수가....ㅜㅜ
아이들 때문에 수다도 원만하지 않아, 결국 김포 사는 친구 집에서 간만에 수다 떨면서 합숙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학교 다닐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들 집에서 자곤 했는데, 결혼해서 각자의 가정이 있는 관계로 같이 숙박을 해본지가 어언 10년도 넘은 거 같더라. 급작스런 숙박이었으나, 그래도 설레이는 맘으로 김포로 향했고, 우리는 자그마치 새벽 4시까지 수다떠는 기염을 토해냈다. 브라보~~~
그 사이사이, 친구 딸내미는 내게 껌처럼 붙어서는 책 읽어달라, 찰흙 만들자, 그림 그리자, 색칠하자 별의 별 주문을 다 해댄다. 귀여운 것, 어린것들과 놀아주는 것이 내 전공이었던지라, 요녀석은 내게 폭 빠진듯 하다. 귀에다 대고 "이모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한다. 내 친구는 쟤, 원래 아무한테나 다 그래...라고는 했지만..-_-;; 그래도 요 사랑스런 녀석을 보니 정말로 자식이란 것은 이런 맛에 키우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절정은 자기와 함께 목욕을 하자는 주문이었는데...그것은 차마 들어줄 수가 없더라...ㅋㅋㅋ 그래서 둘이 함께 세수하고 양치하고 발 닦고 했더니 그나마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결혼이란 걸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놔~~ㅜㅜ 막판에 내 가슴에 두 손을 대는 대담무쌍한 행동에 잠깐 당황했지만...ㅡㅡ"

가끔은, 내가 누릴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 멀리 두었던 평범한 일상들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이먹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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