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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열무를 심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린 날, 우울의 극치를 달리던 그 날, 나는 마트에 갔고, 접시를 사고 화초를 샀다. 여자인고로 결론은 쇼핑으로 기분이 나아졌다고나 할까? -_-
그러나 그 화초들은 동생이 키우겠다는 결론에 중계동 집에 놔두고 빈 화분들만 가져와서 양주집에 방치되어 있던 나의 새끼들의 분갈이를 해줬다. 그러다보니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그리하여 어제 또 마트엘 갔고, 큰 화분과 화초들을 몇 개나 사버리고 말았다.
분갈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분갈이 흙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배양토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적당히 섞어서 분갈이를 마쳤다.
니들 운명은 이 무지한 주인이 망쳐놓은걸지도 몰라, 이러면서... 하지만 살아야 해. 여즉 견뎌 온 것처럼 살아줘야 해. 이런 혼잣말을 하면서,
나는 고작 물 밖에 줄지 모르는 주인이니깐, 간혹 햇살 잘 받으라고 블라인드를 올려주는 정도 밖에 못하니깐 그러니깐 버텨야 해. 이러면서 얘들을 키웠다. 근데 그 플라스틱 상태에서도 얘들은 잘 자라준다. 가끔 집에 오는 사람들이 놀랄정도로, 너 화초 잘 키우는구나..이런 소릴 들으면서...
내가 화초를 잘 키울리 없다. 나는 여즉 많은 화초를 죽여 없앴다. 물을 너무 많이줘서, 또는 안줘서.

어제는 커다란 일자형 화분과 열무 씨앗을 무심결에 사버렸다. 나도 한번 키워볼까? 이런 맘은 앞섰는데 어찌 씨를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대략 난감이라고나 할까....ㅜㅜ
그냥 대충 남아있는 흙들을 모아서 씨앗을 뿌리고(마구 뿌렸는데 괜찮을까나?) 배양토를 섞고, 또 흙을 덮고,
아, 떨리는 이내 가슴...과연 얘가 잘 자라줄런지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 느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렇게 잘 자라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사진을 보니, 이런 황토 흙에 심어줘야 하는거냐? 내가 뿌린 흙은 흙이 아닌게 아닐까? 포장에는 무슨무슨 화초를 분갈이할때 사용, 이라고 되었지만, 난 내가 키우는 화초들이 무슨무슨 화초인줄 모르는데...오마이 갓~ㅠㅠ)

오늘은 눈뜨자마자 벌떡 일어 나서는 블라인드를 올리고 화분들을 모두 베란다로 내놓았다. 이제 봄이니깐 니들이 맘껏 자라줬음 좋겠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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