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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눈물은 넣어둬





그때 나의 눈은 어리고
보이는 모든 것은 너무 멀리 있었지
혹은 삶이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거라고 말할 수도 있어

나의 사랑은 작고 얕은 샘물과 같아
가뭄도 홍수도 쉽게 찾아왔지
세상은 온통 넘치거나 모자란 것들
그 속에서 쉽게도 지쳐갔어

그대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는 동안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운명이 문을 두드리고
어쩔 줄 모르는 나는
그대가 손을 내밀기 전에 넘어지곤 했어

나는 진흙탕 같은 슬픔에 잠겨
밤낮으로 그대를 아프게 할 궁리를 했지
내가 그대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그대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야

그대는 아주 슬픈 표정으로
그것도 사랑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지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면서

세상은 내 편이 아니고
사랑도 내 것이 아니므로
내가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그대의 눈부신 빛 속에서
나는 영영 그림자인 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내버려두던 날들
혹은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못하던 날들
여전히 그대 마음의 갈피는 헤아릴 수가 없는데

문득 찾아든 기억은 내게 말하지
그러니 눈물은 넣어두라고
어린 눈과 어린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린 것뿐이라고

나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고
그대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세상도 어찌하지 못했다고
사랑도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어차피 우리의 삶이란
처음부터 눈물 위에 지어진 것이라고


초콜릿 우체국, 시에나의 시에스타 中 '눈물은 넣어둬' 전문


20110921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랑이 내편이 아니어도 하루쯤은 괜찮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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