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간다중고서점거리. 저렇게 책들이 가득쌓인 중고서점이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동네다. 지하철 노선이 워낙 여러군데 표시가 되어서 걷기도 무진장 걸었지만 가면서 메이지대학도 발견하고 예쁜 일본 한지로 만들어진 편지지도 구입하고 완전 따봉이었다는거.
담번에 가면 여길 젤 먼저 가볼 생각이다. 그땐 조금 넉넉하게 중고책 냄새에 둘러쌓여 일본어 책들을 맘껏 구경할 생각이다. 그리고 여기 또한 아키하바라에 이은 남자들의 성지인 공간. 물론 이곳은 아저씨들이 많지만..오랜 책들이 많은 서점일수록 할아버지들이 엄청 모여있다. 이게 또 나름 즐거웠다는 거, 할아버지들이 책 고르는 모습은 뭐랄까, 감동이라고 할까? 안보이는지 안경은 연신 벗었다 꼈다를 반복하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책값을 흥정하는 모습은 너무나 좋았다. 그 고서들의 가치를 모르는 나야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가격이냐!! 라고 흥분을 했지만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은 책들을 할아버지는들은 구입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라니...
정말이지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하게되는 날이 온다면(과연 올까?) 나도 그 책들의 가치를 알게될까?
결국 중고서적은 포기하고 대형서점에서 또 만화책 몇권을 질르고야 말았지만, 이 동네는 그냥 좋다. 나는 오랜 책들 냄새가 좋다. 예전에 독립하기 전에 내 작은 방은 3면이 책들이었다.(그것도 중학생때부터 모아놓은 책들까지 포함) 그래선지 비가 오거나 장마때에는 그 책들에 둘러쌓여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는데 벗어날 수 없다보니 자연스레 그 냄새들이 좋아진 모양이다.
여기는 아키하바라. 일명 한국판 용산전자상가모드?? 라고 하기엔 여긴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저 언니들...쿨럭, 코피터지는 언니들이 쭉 서서 아저씨들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허걱....이것이 진정 오타쿠들의 천국이로세~~~@@
그리고 여긴 한국어도 무진장 많이 써진탓에 여기 용산인가, 갸웃할 정도로 전자제품을 사라고 유혹한다. (얼마나 한국사람들이 여기와서 사간다는 말이냐!)
일본은 여자들이 혼자 여행을 다녀도 무지하게 편리한 곳이다. 혼자 밥 먹고 술마시는게 당연한거라 특별히 쳐다보는 이들도 없을뿐더러 남의 일엔 관심이 정말 없다. 일본이란 민족은...
다만, 이곳 아키하바라는 여자 혼자 가기엔 좀 뭐랄까 굉장히 생소한 곳이다. 배가 고파서 카레가게를 들어갔다가 순간 나가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 많은 사람속에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_-;;; 그래서 다시 옆에 규동을 먹으러 갔는데 그곳 역시...KFC를 갔는데도 남자들뿐이고....이런 된장. 어쩌란 말이냐!!!!
결국 다시 카레집으로 갔는데 다행히 어떤 여자 한명이 있었고 그 옆자리가 바로 비어서 잽싸게 식권을 뽑아서 들어갔다. 근데 그 여자.....분명 오타쿠가 맞을지도...흐흑...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몰랐을정도....ㅠㅠ
계속,
휴, 이제 여행 끝이다. 정말 피곤하고 지쳐버렸다.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는구나.
난,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정말정말 많은걸 깨달았다. 함께하는 동행자의 중요성. 지금와서 이런말 웃기지만 솔직히 답답해서 써야겠다. 몇명 친한 친구에겐 광분해서 이야기했지만 그게 영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서...
원래는 혼자서 큐슈쪽 여행을 계획했다. 뱃부와 하우스텐보스를 보는 일정으로 첨으로 나 스스로를 위해 호텔도 좋은곳을 선택해서 온천까지 할 수 있는 코스와 일본 전통 료칸체험까지 모든 계획을 세워서 비행기표까지 모두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근데 당시의 내 정신적인 상황이 여러가지 피곤하고 사람에 지쳐있던 상태라 이번 여행을 가야하나 망설일 때 학원 언니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일본여행에 대해 여러번 이야길 나눴다. 근데 첨 가는 일본인데 온천보다는 도쿄나 오사카쪽을 원했다. 근데 바보같은 미미씨는 뭐에 흔들렸는지 몰라도 암튼 그 언니에게 그럼 도쿄를 가자 말했고 흔쾌히 응해져서 이틀만에 모든 일정이 바뀌는 상황에 쳐해졌다. 그 과정에서 비행기만 예약하고 숙소는 현지가서 정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둘이 함께가는 가장 중요한 목적중에 하나가 혼자서 감당하는 숙박비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결국은 이곳에서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고 거리적 위치와 숙소에 따라 경비가 달라지는 모든 얘기를 여러번..아주 여러번 말했더니, 싸게 가는게 목적이니깐...이란 답이 나와서 결국 그렇게 다 정하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때까진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숙소 도착. 이 언니의 직업상 일본을 제외한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경험이 있었고 출장이다보니 혼자만 숙소를 써봤던게 문제였는지 어쨌는지 가자마자 실망부터 터져나왔다. 그래도 원래 말보다 직접 봤을때 느낌이 다르려니 생각되어서 좁지? 원래 일본이 이렇더라..라고 그냥 쉽게 넘어갔다. 근데 그 담날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일어나자마자 정색을 하곤(물론, 이건 나혼자만 느끼는지 몰라도 분명 그랬다) 내가 뒤척여서 불편하다는 뉘앙스...솔직히 정말정말 민망했다. 여행 그토록 다녀봤어도 동승자의 그런 반응은 첨이었던지라 당황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이 여긴 좀 나쁘니까...라고 생각하고 그것도 넘겼다. 그리고 첫날 여행은 함께했다. 근데 이거 점심때쯤이 되자 따로 다녀야겠단 생각이 드는거다. 물론 그 언니를 알게된지 몇개월 밖에 안됐지만 내가 모르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기대가 없으니 포기도 빨라서 그냥 편하게 각자 다니자고 했다. 그리고 저녁은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하고.
근데 그날 저녁, 만나기로 한 이케부쿠로(여기 라멘이 유명하다며 갈곳도 정하지 않고 이케부쿠로로 정했다. 그 언니말만 믿고) 만다라케 본점은 예상외로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어서 무진장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전화기가 있는것도 아니고해서 거의 한시간을 헤맨끝에 그 언니를 만났더니만 본인은 배가 안 고프단다. 그럼 왜 날 여기까지 오라고 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꾹꾹 참고 예전에 내가 멜랑짱과 발견한 라멘집 얘길 하면서 거기라도 갈래? 차비 비싸게 들여 왔는데 그냥 가면 아쉽자나...이랬더니만 그러던가 하면서 어찌나 시쿤둥한 반응을 보이던지...민망해서 그럼 그냥 숙소로 가자했고 별반 얘기가 없어서 숙소를 향했다. 그리고 난 배가 고픈 상태였고. 역에 내려서 백화점 지하상가에서 저녁거리를 사려는데 자기가 먹을것도 아니면서 너무 많지 않냐는둥 말이 어찌나 많은지... 첨엔 나도 모르게 그 얘기에 휩쓸려...그런가? 이러면서 백화점을 뺑뺑 돌고...아 된장. 생각해보니 열이 살짝 받아서..이거 먹을거야 하고 돈을 내고 음식을 샀다. 근데 이 언니 늘 그런식이라는걸...본인은 알까?
이어 같은날 저녁 숙소, 담날은 시부야와 롯본기를 가겠다길래 거기 전시회 구경하면 되겠다 했더니만 일정에 대해서 알아볼까 어쩌고 하면서 물어보길래 호텔 로비의 컴터(사용법을 모르겠는거다)를 생쑈를 해가며 거의 한시간에 걸쳐서 시부야와 롯본기의 미술 전시회 일정과 시간등을 적어다 주었다. 물론 그 언니는 숙소에서 편하게 기다리고 난 의자도 없는 컴터에 매달려 힘들게 알아보고...그랬더니만 너나 가란 식이다. 이런 쉣!!
왜 그럼 알아봐달라고 했냐고 했더니만 너가 간다는거 아냐? 이러더라. 난 거기 간단말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일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안했고, 오히려 그 언니가 가고자 하는곳의 정보를 알려주기 바빴는데 말이지...정말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고 낼부턴 각자 다니자고 그러고 말았는데..
그 이후로, 여행지에 대해 내가 이곳이 좋고, 여기 재밌어..라고 말해주면 귓등으로 듣더라. 근데 저녁에 별로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어디 갔다왔어 이러면, 결국 내가 말한곳 다 갈거였으면서 한번도 니가 말해줘서 좋았다거나 도움이 됐단말 예의로도 안한다. 그런 심보는 대체 뭐냐?
그 담날도 어김없이 잠을 못잤다는 투정...그리고 여행중 최대의 하일라이트. 이틀 같은 숙소에서 묵고 그 담날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오니, 잠을 못자서 따로 자야겠다며 방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 첨부터 따로하던가 경비 아낀다고 그 생쑈를 하고선 이게 뭐하는 건지.
난 정말이지 살다살다 이런 경우 첨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기막혀서 말도 안나오고...언니가 그럼 내가 뭐가 되냔 소리 한마디 겨우 하고 숙소로 들어갔는데....그날 밤새 나는 한잠도 못잤다. 화나서...ㅠㅠ
서울로 돌아가기 하루전 마지막 날인데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그 언니 말을 들었어도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일정이 어찌될런지..라고.
그리고 아키하바라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를 가지않고 카페로 향해 3시간을 떼우고 들어간건 정말로 얼굴도 보기 싫어서였다.
막판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티켓팅 시간이 10분 지나서 나타났다. 난 그 동안 발 동동 구르고 안절부절 결국 방송을 해달라는 얘기까지 나올즘 저쪽에서 뛰어오는거다. 어찌나 기막힌지..내가 뭐냐고 했더니만 미안미안 이러고 만다. 기막혀서 내가 앞으로 막 걸어갔다. 너무 흥분한 상태라 자석표 보지도 않고 계속 걸어갔는데 자리가 안나온다. 다시 또 반대로 갔더니만 안나오고....이 뱅기는 2층이 있던거다. 그리고 겨우겨우 자리에 갔더니만 이 언니는 편하게 앉아계시더라. 적어도 본인은 좌석을 알았으면 가는 날 잡아줘야 하는 게 당연한거 아니냐!!! 헐헐...대단하십니다.
그 이후로 이 언니와 연락을 끊었다. 뭐 자연스럽게 내가 수업이 바뀐 탓도 있지만 본인도 느꼈는지 어쩐지...
그럴즈음....학원 동생 (같은 동네에 사는)에게 투정처럼 이 이야기를 했다...아니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여행 별루였다. 그 언니랑 나랑 이렇게 상성이 안맞는줄 몰랐다...딱 이 얘기만 꺼냈더니, 심하게 거부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른 얘길 하더라. 뭐 난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그냥 내 이야기에 고갤 끄덕여 주길 원했다. 솔직히 이 아이랑 나랑 더 친하다고 느꼈기에....(그치만 본인은 아니라고 했을지 몰라도) 난 명백히 거부를 느꼈다. 그때의 느낌이란, 결국 사람은 내가 믿는 만큼 상대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거, 그리고 내가 또 사람을 너무 믿었다는...그런....이 친구역시 내게 연락을 안한다. 나도 안한다. 한번쯤은 언니 학원가는 날이면 같이가요, 라고 문자라도 올줄 알았는데(회사가 같은 동네라서 학원도 같이 갔었다) 그 이후에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나도 안한다.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만약 그들에 대한 깊은 맘이 있었다면, 난 정말이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나마 아, 아니구나...라고 바로 포기할 수 있었던건 나 역시도 이제는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냉정한 맘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
아, 잡소리 열라 길었다.
덧.
나는 여행을 가거나 친구 집에서 잘 경우 내 잠버릇에 대한 친구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비교적 보기와는 다르게 얌전하다는거. 어쩔때는 거의 누운 그모습 그대로 일어나기도 한다는거.
내 잠자리가 아닐경우 긴장을 하는지 별로 폐를 끼치지 않는 편이다. 가끔 피곤해서 다르기도 하겠지만..
(음...결국 나 잘났단가? -_-)
접니다. 메구로 거리에 있는 거울보며 셀카 한장 찍어봤음다. 지쳐서 헝클어진 머리하며, 살쪄서 얼굴은 차마 보일 자신도 없고..이렇게라도 감상하시라는 마지막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