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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떨다

내 마음은 뭘까..



Canon A-1 / film scan/ kodak 160 vc /  photo by mimic / Japan

1.

지난 년말 조금은 많이 우울했었다. 뭐랄까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친한 친구마저도 너무 쉽게 말을 한다는 생각에 꽤 울컥 했었다. 무심코 뱉은 말일 수도 있다는거 분명히 알고 있고, 나 역시도 어쩌면 그런 경우가 태반으로 많을테지만 그래도 섭섭했다.
근데 내가 대놓고 소심한 A형인지라 속으로 꾹꾹 참고...ㅠㅠ

혈액형 얘기가 나오고 보니,
A형은 소세지 (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고)
O형은 단무지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맞고)
B형은 오이지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맞고)
AB형은 쓰리지란다.  (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단다)

음..맞는거 같은가? ㅋㅋ
근데 얘기가 왜 혈액형으로 마무리가 되는거지? -_-

그러니깐 저기 사진의 여인네가 꼭 내 기분같달까...우울은 아니지만 조금 쓸쓸한...뭐 그런....
(요코하마의 어느 공원에서 홀로 앉아 있던 여인네)




2.

그저께는 미국서 공부하고 있는 남자친구 녀석이 오랜만에 들어와서 동기들과 점심을 먹었다. 
전화 통화는 가끔 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정말로 너무나도 오랜만이라서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난 그들과 20년째 친구, 그리고 나머지 세명의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동창. 이런 질기고도 긴 인연을 가진, 내 어릴 때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는 친구들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추억의 되새김질이었달까...흠흠
잊고 있었던 나를 일깨워 주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마침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떡 수업을 듣고 간지라 바리바리 만든 떡을 들고 친구들을 만났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가서 내가 만든 떡이라고 내놓고 보니, 이 친구들의 반응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그동안은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편이라서 적어도 1번 이상은 쿠키며 떡이며 선물을 해대선지 그닥 반응이 열렬하지 않았달까...응 고마워. 맛있어.정도인데. (사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뭘 더 바랄까만은)
이 친구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떡을 먹어보고는 달지 않아서 좋다, 맛있다의 표현을 넘어서 나는 이 떡의(찹쌀모찌였음) 반죽이 조금 두꺼운게 좋을거 같아. 너무 얇으니깐 씹는 맛이 별로 없어. 응 나는 적당하고 좋은데 팥은 좀 더 고운게 좋을거 같아...뭐 이런식의 반응?? 근데 그들의 반응을 듣고 있자니 참 기분이 좋더라. 사실 급하게 만드느라 어떤건 반죽이 얇게되고 어떤건 적당히 되었다는걸 만든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그게 기분이 좋은거 보면 난 어쩌면 칭찬보다는 채찍질 체질?? 뭔소리?? -_-;;;

그러니깐....앞으론 내가 떡을 주면 내 앞에서 한입이라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여달라...뭐 그런 얘긴거 같다.
고맙다고 하고 싸가지고 가서 잘 먹어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만든사람 입장에선 내 앞에서 기쁘게 먹어주는 그 한입이 더 좋다. 나머지는 비록 먹지 않고 냉동실에 던져 둘지라도...

내가 지금 이 쓰잘데기 한개도 없는 얘길 주저리 쓰고 있는 이유는
앞으로 난 열심히 떡과 쿠키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선물을 해서 먹어보게 하고 내가 만든 떡과 쿠키를 주문해서 먹어달라고 할 예정이다. 언제까지고 가만히 앉아서 난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걸까...난 능력도 없으니깐, 이 나이에..돈도 없는데 뭘 하겠어...라는 패배주의(이건 동생이 한 말;;; 좀 울컥했지만 맞는 말이니깐) 사고방식을 버릴라고 노력중이다.
비록 매출이라곤 이번 달에 친구에게 주는 돌 답례품(그래봤자 30만원...여기서 재료비는 또 빼야하고)에 임신한 친구가 지 애기 낳으면 너한테 할께(이건 2년후다..-_-)..하는 약속과 3월에 엄마 생신 때 케익 너한테 할께..라는 주문이 전부지만 하는데까지 해볼 생각이다. 노력해도 안된다면 내 능력 밖인거니깐...
일단은 경제적인 능력은 없지만 인맥은 그런데로 꽤 잘 이어져 왔다고 자부하니깐 조금 뻔뻔해 져야겠다. 뭐 보험을 들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먹어보고 맛있으면 필요할 때 나한테 해 줘. 라는 것뿐인데 날 피할까??...음....그...근데 진짜 피하면 어쩌지? ㅡㅡ;;

음...간만에 건실한 생각중이네? ㅋㅋ






3.

남편과 아이 둘과 지금 뱃속에 아이를 가진 친구는 다 있는데 돈이 없고
아이둘과 좋은 직장을 가진 친구는 남편이 좀 그렇고
좋은 남편과 경제력을 가진 친구는 아이가 없고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돈도 없고 직장도 없지만 세명에게 없는 자유가 있는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만고만한 것들이 그래도 내가 없는걸 넌 가졌고, 내가 있는걸 넌 가지지 못했구나...라면서 하나님은 공평하시구나 라고 말한다.

우리집이 제일 멀다는 걱정으로 집에 잘 도착했냐는 안부전화까지 걸어오는 유일한 친구들이다.
그러니깐 다른 친구들은 만난 후에 내가 집에 잘 도착했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반성해라 친구들!!

음....그러나, 나도 안하니깐 나부터 반성!!




요즘은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문뜩문뜩 후회와 반성을 자주자주 일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