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팔라우 바다. 필리핀에 있는 친구가 얼마전에 여행으로 다녀온 곳이라고 한다. 그곳의 풍광이란게 이런 느낌이라면 정말이지 한 일년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바다만 보다 오고 싶다.
어제 보스랑 한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일도 아니고, 남들이 니가 잘못했네! 라고 말해도 난 변명할 말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잘한건 없다...란 결론이니깐, 하지만, 싫었다. 너무너무 싫었다. 나 지금 짜증나..라고 느끼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나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나는 짜증으로 똘똘 뭉쳐 있는 중이었던거다. 정말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가 반복해서 같은말 2-3번씩 하는거다. 그게 일에 관련될 경우는 지독히도 싫어한다.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뭐 이러면서...암튼 이건 병적으로 싫어한다. 집에서도 넌 어째 얘가 2번 말하면 질색을 하고 성질을 부리는지 모른단 소릴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 회사 10년 넘게 다니면서 나는 일에 있어서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다. 나는 조금 병적으로 완벽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내게 맡겨진 일에선 확실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두번 세번 반복해서 확인하는 걸 싫어한다. 그랬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어제 보스에게 그랬다. 난 이제 지쳐서 그렇게 못하겠으니깐 말 잘 듣고 고분고분 하는 얘 데려다가 쓰라고. 이왕 사람 뽑으려고 광고 낸거 2명 뽑으라고 말해 버렸다. 보스야 따지고 보면 할아버지니깐, 보수적인거고 늘 의심하고 확인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하지만, 난 이제 그거 맞춰줄 자신없다. 2-3번 묻는 말에, 곱게 "네" 라고 반복하는 카세트가 아니라 못하겠다고 했다. 정말 너무 싫다고. 나한테 뭐 묻고 나서 다시 다른사람에게 전혀 듣지 않은 말인냥 또 반복해서 묻는거 볼 수가 없다고...날 못믿어서가 아니라 당신 성격이 원래 그러니깐 이해해..라고 말해도 이젠 싫다. 그래서 말했다. 난 그런게 제일 참을 수 없다고. 근데, 왜 그렇게 서럽고 눈물이 나던지 한참을 울어버렸다. 원래는 내년 1월에 정식으로 그만두려 했지만 조금 당겨진거라 여기면 되는데도 이런 마무리가 싫었다. 하지만 어쩌겠냐 이미 난 터진걸....그리고 뱉어버린걸...ㅠㅠ
중요한건 다 잊어버렸나보다. 오늘 아무렇치도 않게 날 대하는 보스는 정녕 날 말려죽일셈이냐! 난 다니기 싫단 말이다. 이젠 정말정말 쉬고 싶다고. 10년넘게 한 회사만 다니다보니 정말 지쳐서 피투성이란 말이다. 취직 못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해도 난 그만두고 말테다. 몇년 전에 지금처럼 이런적이 있었다. 얼마나 그만둔단 소릴 해댔으면 다들 내가 그만둔 줄 알 정도로...그때 역시 다니기 싫었지만 조금 암담했다. 그래서 망설이다 결국은 지금까지 왔찌만 지금은 암담해도 그만둘래..라는 생각이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김기덕 아저씨가 오프닝 맨트로 그랬다. 오랫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가 반갑지 않다면 쉬어야 할 때라고, 어떤것도 즐겁지 않으면 쉬어야 할 때라고, 열심히 일해서 지친거니간 이젠 쉬는 일을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