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슬러 호머 '여름밤'
한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날뛰는,
아무래도 다스려지지 않는 지독한 열병이었다.
숨이 막히고 열꽃이 피는 한 시기가 지나고,
몸에는 온통 상처만 남았다.
열병을 앓고 난 후,
사랑은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꼭 상처만 남은 것이 아니었다.
잠시 들었던 따뜻한 품속, 잠시라도 받았던 위안,
그것이 사랑이었다.
그러고 보니 상처도 사랑인 게다.
천운영 <잘가라, 서커스> 작가의 말 中
오래전 일기장을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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