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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논하다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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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서 있다. 아슬아슬하게 이게 작자의 경험에 의한 얘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난후 작가 후기를 꼼꼼히 읽었다. 어디에도 나의 아내에게 감사, 라는 말이 없다. 할머니 오래사세요. 라는 말 밖에는...

나는 책을 읽는 기준이라는게 별로 없다. 막말로 꼴리면 본다.
베스트셀러, 이런거 별로 믿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지루하길 바랐다. 그냥 그런 지루함 따위는 내가 버텨주지, 그런 생각이었는데..이 책은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도 않는다. 뭐냐, 된장.
재밌어서 지하철 정거장도 지나쳤다. (지하철 나오는데서 할아버지한테 혼났다. ㅡㅡ;;)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었다. 커피를 마셔서 잠이 안 와!! 라고는 했지만 실상은 잠자리에서 책을 펴면 잠을 못잔다. 남들은 책펴면 잠이 와, 이러는데...나는 책펴면 잠이 깨, 이거다. -_-
속이 부글부글 끓면서도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잠이 들었다. 새벽 3시가 넘어버렸다.
내가 별달리 책 리뷰를 하지 않는건 예전에도 한번 썼지만 다독과 속독의 이유다.
근데 이 책에 대해선 좀 써야겠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일처다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가 달아놓은 댓글에서 이 책을 읽고 화가 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랑 달라서 화가나는 걸꺼라고..맞는말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여주인공에게 화가 났다. 몹시, 참을 수 없을만큼!
같은 여자, 여자라고 무조건 편들지 않는다. 같은 여자여서 잘 알기도 하지만 또 모를 때도 많다.
여주인공에게 화가 났던건 이 여자의 대체하는 자세다. 이 여자는 지독히도 남자를 다룰 줄 안다. 적당한 때에 눈물과 분노, 그리고 섹스..그런걸 써먹을 줄 아는, 단 한마디도 지지않는, 양보조차 모르는 그런 이기주의자다. 거기에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니, 이런 써글...ㅠㅠ (두 집 살림을 그리 완벽하게 해낼 수가 있냐? 진정? 우라질..)
무조건 맞춰줘! 로 밀고간다. 아니라고? 그럼 내가 잘못 읽은거겠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사람의 관계란 일방적으로 한쪽이 맞춰주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만큼 양보했으면 상대도 그만큼 양보해야 한다. 내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잖아.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니깐 그냥 그렇게 대해주면 안될까? 뭐 이런식의 약아빠진 반응은 질색이다.

화자인 주인공 회사에 계약직 프로그래머로 있는 여자는 뛰어난 미모는 아니다. 싹싹하고 시원시원한 성격때문에 주인공에게 60점 정도를 받는다. 회사사람 누구나 그녀와 얘길 하는걸 좋아한다. 사소한 일에 짜증도 안낸다. 65점. 그녀를 주변에서 자꾸만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70점.
물론 70점이라고 사귀려고 안달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남 주기는 싫다.
FC 바르셀로나가 지지 않았다면 여자는 우울해 하지도 않았고 주인공과 사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축구 팬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거다.
그는 열혈 레알마드리드 팬이었고, 여자는 FC의 광팬이었다. 그 축구라는 화제로 느껴진 친밀감으로 둘은 술을 마시게 되고 잠자리를 갖는다. 100점이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최고다. 이 책을 읽으려 했던건 아니지만 이 부분이 너무나 코믹하고 유쾌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는데 그 뒤가 문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거, 죄인이 되는거...이 책은 그런 부분을 여실이 보여준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난 아쉬울거 없으니깐 맘대로 해. 아쉬운건 너라구..그런 썪은 사고.ㅜㅜ
남자는 여자를 놓치지 않기위해 여자의 모든 조건을 들어주고,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것 까지 용인하며, 그 남자와 또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도 들어준다. 심지어는 아기도 낳아 키운다. 누구의 아인지도 모르고..(하지만 셋다 아이는 죽어라고 아끼고 사랑하니깐 이 부분은 좀 참아주겠어)
거기에 아내가 결혼한 남자또한 화자와 마찬가지로 여자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 심지어는 화자와 친해지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너 남자맞냐? 아놔..-_-)
이 바보같은 화자가 축구 후반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역전골을 날려주길 바라고 바랐지만...결국 남자는 시원한 복수 한 번 못한다. 심지어는 남자가 결혼한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바람을 살짝 피우는데 어쩌다가 아내가 알게되자 몸둘바를 몰라하며 정리한다...그게 뭐냐..(당신도 남자 맞아? 어이없어서 증말..)
뭐, 암튼 이 책을 읽고 할말이 무지 많아지고 말았다.
거기에 이 작가는 왤케 재미나게 글을 쓰냐? 이웃님중의 한 분의 글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서 내내 그분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까지? ㅋㅋ (나중에 살짝 물어봐야지. 진짜 비슷해. 특히나 저리가~뭐 이런부분..ㅋㅋ)

이 책이 영화화 된다고 한다.
손예진 김주혁 주연으로 이미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오마이갓~~안그래도 손예진 싫은데 아주 더 싫어지겠구만,
김주혁은...그 우유부단함과 나약함을 맘껏 보여주길 바라야지. 분명 잘해낼거야. 분위기도 좀 비슷해.
그럼 그 또 한명은 누구야? 이 남자는 좀 어이없어서 마구 미워할 수도 없던데..

이 책의 평을 써 놓은 작가들의 한마디에 대부분 동감한다.
무모하지만 용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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